커피를 끊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먼저 두통을 이겨내야만 한다. 원래도 편두통이 있지만 커피 금단현상으로 나는 두통은 다르다. 편두통은 약을 먹으면 사라지지만 이것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고 당장 커피를 마신다고 해도 해결되지 않는다. 커피 두통을 겪지 않으려면 시간에 맞춰 미리 커피를 수혈해 두어야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두통이 하루만 참으면 된다는 것이다.
커피에 중독되다
건강을 위해 하루 한 잔만! 이라고 정해뒀던 기준도 흐려져 어느 새 2잔, 3잔을 마시면서도 적당한 양의 커피는 몸에 좋다는 알지도 못하는 박사들의 말을 새겨들으며 아직은 괜찮다고 다독였고 그렇게 중독되어가고 있었다. 삶에 대한 불안은 늘 곁에 있었다. 하지만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요즘은 그 불안이 극에 달했고 밤마다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그렇게 잠을 설친 다음 날 아침에는 반드시 커피가 함께 했다. 내 피곤함을 달래 줄, 그리고 내 기분을 달래줄. 커피.
그러던 어느 날, 커피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평소처럼 잠을 자다가 갑자기 번뜩하고 눈이 떠졌으며, 악몽이라도 꾼 듯 심장이 심하게 요동쳤다.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나자 부모님의 지병이 생각났다. 어머니는 두통이 잦았고 아버지는 심장이 안좋으셨다. 신경을 잘 관리해야하는 집안 내력으로 봤을 때도 커피는 끊는 것이 좋다고 생각되었다.
커피를 끊고 되찾은 것은 안정이었다
맛있는 커피를 주문하고, 맛있는 커피가 있다는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다니는 그런 행복은 줄었지만 나는 세 달만에 나를 옭아맸던 불안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삶이 특별하게 변화된 것은 없었다. 단지 커피만 끊었을 뿐이었다. 나는 새로운 것들에 도전했고 그것이 잘 되지 않을 것 같은 불안은 생기지 않았다. 물론 걱정은 되었지만 알 수 없는 어떤 자신감이 생겼다. 문득, 어떤 한 실험이 생각났다.
출렁다리 실험이 그것이었다.
실험자에게 높은 곳에 있는 긴 출렁다리를 건너게 하는 실험이었는데 다리를 건너는 동안 긴장으로 심장박동이 빨라졌던 실험자들은 다리 건너편에서 만난 이성이 실험 결과를 알고 싶으면 연락달라면서 명함을 주자 일반 상황에서 보다 더 많은 실험자가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다리를 건너면서 심장이 빠르게 뛰었던 것이 그 명함을 준 이성에게 호감을 느낀 것이라 착각했기 때문이었다.
혹시 나도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커피를 마시면서 심장 박동이 빨라졌고 심장이 빠르게 뛰니까 불안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어느 정도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잠을 잘 자기도 했지만 어떤 각성 상태에서 벗어나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고 불안이 사라졌다. 우리는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나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카페 옆에 카페가 생겨도 잘 되는 지금의 현실은 그런 우리의 불안을 더욱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한번 쯤 생각해 봐야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커피를 끊은 지 세 달이 되어 가는 날, 누군가의 불안도 해소되기를 바라며 안정되어 가는 나의 마음을 기록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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