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식물들이 있기는 하지만 내가 직접 사 온 것은 없었다. 다 누군가에게 받았던 것인데 정말 키우기 쉽다는 선인장마저도 죽어버리고 정말 생명력이 강한 산세베리아만이 내 곁을 지키고 있다. 그때의 그 식물이 꾸준히 내 곁에 있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직접 화분 한번 산 적이 없었다. 그러던 내게 우연히 아보카도 씨앗이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식물을 키워볼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생경한 모습의 그 큰 씨앗을 그저 쓰레기라고 여겼었다. 매번 쓰레기통에 버려졌던 아보카도 씨앗이 이제야 내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보카도 씨앗을 심더라도 열매를 볼 수 없다는 말을 들어왔지만 이 탁구공같이 생긴, 생명이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은 동그라미에서 뿌리와 줄기가 나오는 것을 직접 보고 싶었다. 정말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었다. 먼저, 아보카도 키우는 방법들에 대해 서치를 했는데 대부분 수경 재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뒤에 뿌리가 나오면 화분에 옮겨 심는 방식이었다.
수경재배
일회용 투명 아이스 컵의 뚜껑을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아이스를 먹지 않는 나에게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쓸만한 유리 용기를 모아두었던 곳에서 파스타 소스통이었던 유리 용기를 찾을 수 있었다. 이제 뾰족한 꼬치를 아보카도 씨앗 사방에 꽂아주면 되는데 4군데에 균형감 있게 꽂아준 뒤에 꼬치의 긴 부분은 용기의 입구 크기에 맞게 잘라주면 되었다.
그리고 용기에 물을 담고 아보카도 씨앗의 아랫쪽이 아래로 가도록 해 끝 부분으로부터 3분의 2정도 물에 잠기게 두었다. 뿌리가 내리는 것을 보고 싶어서 투명한 용기를 선택했지만 투명한 용기가 없다면 어디에 놓던 상관없기는 하다. 그래도 뿌리가 내려오는 모습을 직접 본다면 더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내게 될 것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이렇게 아보카도 씨앗을 물에 담금으로써 식물의 일에 관여하게 되었다. 식물의 씨앗을 심어 그것이 커 가는 과정은 초등학교 때 이후로 해본 적이 없었다. 농경 사회가 시작했을 때 우리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식물과 멀어진 것인지 새삼 그 거리감이 느껴진다. 무엇인가를 관찰하고 그것이 성장하도록 돕는 것은 우리의 삶에 긍정과 행복의 기운이 깃들도록 해주는 듯 하다.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투박한 모습의 씨앗이 나의 관심을 가져갔다는 것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고 아직 변화 없는 이 씨앗에서 나올 초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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